거기, 버스정류장



자리에 앉자 수많은 내가 보였다. 하나의 나는 건너편의 횡단보도에서 힘 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두번째의 나 또한 횡단보도에서 신이난 발걸음으로 달리듯이 정류장까지 단숨에 다가왔다. 의자에 앉아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었다. 혹은 음악을 들으며 어둔 밤 거리를 헤집는 뜨거운 차의 불빛들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가끔 울기도 했다. 울던 때의 나는 맞은 편 도로를 바라보며 멀지 않았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 날은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다. 심장 뛰는 소리나 봄 나뭇잎이 사르르 바람에 떨리는 소리. 벚 나무를 잘 구분하지 못하던 내 눈에는 온통 높은 나뭇가지에 가지런히 매달린 녹색 잎사귀와 곁에 머문 사람 뿐이었다. 어느날이었던가, 나는 그 날을 떠올리며 자리에 앉아 울고 있었다. 나의 모습은 수많은 가지처럼 뻗어나가 여러가지 모양새로 나뉘어졌다. 정류장에 앉아있는 나는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각기 다른 기분과 마음을 안고 걷거나 뛰고, 울거나 웃는다.

버스에 올라타면서 다시 '떠난다'는 감정에 휩쌓였다. 몇시간 쉬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날도 있었고, 며칠 쯤 푹 쉰다며 좋아하던 날도 있었다.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으려던 날들이 조금 더 강렬하게 기억나서 … 나는 모처럼 열린 가슴으로 마음 껏 그 때를 그린다. 걷고 있던 나. 팔짱을 끼고있던, 손을 잡고 있던. 끌어안고있던. 잊어도 잊어도 잊혀지지 않는 나날들.

by 봄별 | 2008/03/09 14:21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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